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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여성이 생존을 넘어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Posted By 천여전 (14.♡.148.101)  |  16-05-31 13:34

조회 1,330

여성이 생존을 넘어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지난 5월 17일, 또 한 명의 여성이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의 화장실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여성은 그게 누구든 ‘여성’이 들어오기를 1시간여 기다린 가해자에 의해 칼로 수차례 찔려 살해됐다. 근 이틀간 온·오프라인에서는 살해된 여성에 대한 추모 열기와 함께, 여성혐오에 기반한 본 사건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건 이틀 뒤인 19일, 서초경찰서는 해당 사건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 “그 때 들어온 다른 남성은 일부러 해치지 않고 내보냈다”는 가해자의 명백한 진술을 덧붙이고도 말이다. 가해자가 화장실에서 남성은 지나쳐 보내고, 여성은 칼로 찔러 살해한 행위가 무차별적 살인이 아니라, 대상을 ‘여성으로 특정’하여 기다린 뒤 범행을 저지른 여성 살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경찰은 이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을 애써 부정하며 사건을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로 규정하여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우습지도 않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또한 일부 언론은 해당 사건에 대한 성찰 없이 ‘묻지마 살인’ 등으로 보도하면서 범죄의 성격을 흐리고 있다. 때문에 한 켠에서는 이 사건이 ‘여성혐오범죄냐, 정신질환으로 인한 묻지마 살인 범죄냐‘라고 하는 양분된 형태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비록 이번 사건에 와서야 크게 이슈화되면서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고 있지만, 여성차별과 혐오로 인한 여성폭력·살해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았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살인·강도·방화·강간 등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3년 기준 90.2%에 달했다. 또한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15년 언론에 보도된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에 따르면, 최소 1.9일의 간격으로 1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다.

그러나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과 폭력은 개인적인 일로 사소화되었고,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주목을 받았다. 그마저도 사건의 원인은 여성에게 전가되었다. 조심하거나 주의하지 않아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 수행을 하지 않아서 등등 ‘그럴 만한 짓’을 해서 피해를 입은 ‘잘못’으로 여성이 비난받았다. 인간으로서 여성의 권리는 평등하게 보장되지 않았다. 이번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에서도 누군가들은 “그러니까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며 여성혐오를 보란 듯이 드러냈다.

 

이번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성차별과 여성혐오가 극단적 형태인 살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비하와 혐오를 동반하며, 신체적, 성적, 심리적 폭력 및 협박, 강제, 자유 박탈 등으로 행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4대악 운운하며 가정폭력, 성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실상 여성폭력을 근절하고, 여성의 생명권과 인권을 보장한다는 목표는 표면적일 뿐이다.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기어이 명명하지 않으려는 경찰의 입장 발표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경찰과 정부가 이번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이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가 아닌, 여성에 대한 일상적 차별과 폭력의 맥락에서 또 다시 발생한 ‘여성혐오 범죄’임을 명확히 하기를 촉구한다. 또한 언론은 권력과 기존 사회질서에 공모하는 것이 아닌, 사회정의에 기반한 성찰적인 보도를 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목숨을 잃은 피해여성을 추모하며, 이번 사건의 본질을 바로 볼 것을 외치는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정부와 사회에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변화와 책임을 외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6년 5월 19일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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